"쿠팡 주식에 기부금 '몰빵'했는데…" 초유의 사태 벌어졌다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입력 2022-04-30 07:00   수정 2022-05-02 13:57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대학 랭킹 1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기부금을 쿠팡 주식에 투자했다가 3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도 쿠팡 주식으로 1000억원을 날렸습니다. 쿠팡 주가가 급락하면서 미국 대학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습니다.

29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투자 보고서(13F)’를 분석한 결과 작년 3~4분기에 106개 기관이 쿠팡 주식을 신규로 매수하거나 지분을 늘렸습니다. 신규 투자한 곳에는 대학들 뿐 아니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자선단체도 있습니다.

쿠팡은 작년 3월 11일 뉴욕증시에 공모가 35달러로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 69달러까지 급등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9일 종가 기준 13.63달러까지 급락했습니다. 미국 대학들은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작년 3분기부터 쿠팡을 집중적으로 매집했습니다.

MIT는 작년 4분기 1619만여 주(5939억원어치)를 신규로 매수했습니다. 전체 주식 운용 자산의 65%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워싱턴대는 작년 3~4분기에 걸쳐 543만여 주(1993억원어치)를 매입했습니다. 워싱턴대도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쿠팡 비중이 45%에 달합니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MIT의 매입 단가는 29.38달러로 추정됩니다. 현재 주가가 13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3000억원에 달합니다. 워싱턴대의 평균 매입 단가도 28.62달러입니다.

빌 게이츠의 자선단체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은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작년 1분기에 3500억원(571만여주)을 투자했습니다. 평균 매입 단가는 49.35달러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빌게이츠 재단의 쿠팡 평가 손실액은 2500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 대학들은 혈세와 같은 기부금을 날리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됩니다. MIT의 손실액인 3000억원은 전교생(학부생 4638명)에게 1년간 전액 장학금을 줄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한국이었으면 학교 임원진이 전원 옷을 벗었을 사안입니다.

세계 최고의 두뇌가 모인 미국 명문대가 쿠팡에 투자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들 대학의 연구와 기사를 추적하면 왜 쿠팡에 기부금까지 몰빵했는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MIT가 발행하는 기술전문분석지인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작년 6월 쿠팡과 아마존을 비교한 심층 기사를 냈습니다. 기사에서 MIT는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쿠팡 앱을 사용하고, 쿠팡의 ‘로켓배송’은 온라인 쇼핑의 원조인 아마존을 압도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사업 구조 자체가 외국인들이 좋아할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쿠팡 이사회 멤버였던 리디아 제트 비전펀드 매니저는 “쿠팡은 아마존에 UPS(로켓배송), 도어대시(쿠팡이츠), 넷플릭스(쿠팡플레이)가 결합한 첨단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모주 투자를 놓치고 추격에 나섰다 손해를 봤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상장 주관사가 공모주 배정에 ‘전권’을 갖지만, 쿠팡은 예외적으로 25개 기관을 직접 선정했습니다. 작년 3월 상장 당시 쿠팡이 ‘품절주’로 불렸던 이유입니다.

쿠팡에 물린 것은 미국 대학뿐만이 아닙니다. 베일리기포드, 듀케인캐피탈 등 수많은 기관과 미국 투자 대가들이 쿠팡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로즈버드어드바이저는 작년 4분기 운용자산의 전부를 쿠팡 주식으로 채웠습니다.

국내에서는 평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대가들이 이유 없이 쿠팡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가가 급락한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 전설들이 줄줄이 손해를 본 드문 사례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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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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